...[2005. 3. 5 조선일보] 대쪽같은 '조선시대 名家'의 저력
...관리자 2005-04-07 1587  
 

[도서] 끝내 세상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김학수 지음|삼우반|407쪽|1만3000원

안동 김씨 청음 김상헌 가문, 반남 박씨 서계 박세당 가문, 한산 이씨 아계 이산해 가문, 연안 이씨 월사 이정구 가문 등 17세기 대표적 명가들의 내력과 가풍을 다룬다.


조선시대 명가의 일차적 요건은 벼슬이었다.
하지만 벼슬이 높다고 명가가 될 순 없었다.
가풍과 저력이 있어야 하고, 그런 가풍과 저력이 당대인에게 모범이 되거나 역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했다.

인조 당시 예조판서로서 청나라에 맞섰던 김상헌은 심양에 끌려가 유배생활을 했지만, 귀국 후 충절의 표본이 됐다.

흔히 ‘6창(六昌)’으로 불리는 김상헌의 증손 창집·창협·창흡·창업·창즙·창립 6형제는 안동 김씨 가풍에 문화적 격조를 불어넣은 주역이다.

창협, 창흡은 서울 노론학계의 구심점이 될 정도로 학문이 뛰어났고, 창업은 그림에 소질이 있어 ‘송시열초상’ 등 걸작을 남겼다.
서계 박세당은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세상에 대한 호오(好惡)를 적당히 희석시키지도 않았다.

책 제목으로까지 나간 “끝내 세상에 고개를 숙이거나 소침해 하지 않았다”는 ‘자찬묘표’의 문구가 그의 삶을 말해준다.
아계 이산해 가문은 누대에 걸친 벼슬을 통해 명가로 도약했고, 한말에는 의병운동에 참가한 이남규 부자의 희생을 통해 충절의 가문으로 거듭났다.

월사 이정구 가문은 문장과 학문을 가풍으로 전수하면서 조선 왕조 최초로 3대가 나란히 대제학을 지내는 금자탑을 세웠다.
저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10여년간 전국 각처에 소장된 고문서를 조사해온 전문가다.


김기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