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05.04] 국정브리핑 역사적 유물 훼손 방치 아쉽다.
...관리자 2005-05-07 1662  
  역사적 유물 훼손 방치 아쉽다

[국정브리핑 2005-05-04 17:35]

어느 곳이나 우리 강산에는 역사의 흔적이 많다. 흔히 5천년 역사라고 하지만 이보다 앞선 선사시대의 유적까지를 합하면 우리나라 강산은 상당 부분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러한 유적을 잘 돌보고 후세에 전하는 일은 충분치 못하다. 아직 제대로 발굴되지 못해서, 또는 잘 몰라서 훼손되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꽤 알려진 곳인데도 돌보지 않아서 점점 망실되어가는 유물도 적지 않다.





지붕의 오른쪽 기왓장이 거의 떨어지기 직전인 궤산정.

지하철 7호선 북쪽 종점인 의정부시 장암역에서 수락산으로 오르는 물가에 궤산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계곡의 바위위에 서 있는 작은 정자이다. 수락산에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은 이 정자를 보며 혀를 끌끌 찬다. 엉성하게 가시철망에 갇혀 있는 이 정자는 4면의 기둥이 썩어서 위태롭고 지붕의 기와는 금방 떨어질 지경이다. 문화재라는 이름이 아까울 정도로 흉물스럽다. 저렇게 방치하려면 무엇 하러 안내판을 세우고 궤산정의 뜻풀이까지 돌에 새겨 놓았을까 싶다.





조선중기 학자인 서계 박세당의 초상.
안내판에는 조선 중기 실학자이자 석학인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1629~1703) 선생이 이 근방에 칩거하면서 여러 제자들을 가르친 곳이라고 쓰여 있다. 박세당은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홍문관 수찬 등의 벼슬을 하다가 조정의 당쟁에 실망하여 이곳으로 낙향하였다. 이후 그는 학문 연구만이 아니라 농촌생활에 토대를 둔 박물학의 학풍을 이룩했고 <색경>이라는 농사서적을 저술하기도 했다. <서계집> <사변록> 등의 저술로 실학의 토대를 마련한 업적을 남겨 사후 문절(文節)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지금의 행정구역상 의정부시 석천동인 수락산 입구 일대에는 그가 기거하던 고택과 제자를 가르치던 서원 등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제자들과 둘러앉아 담론을 주고받던 정자는 돌보지 않아서 쓰러질 것 같다. 한자로 삼태기 '궤' 자를 쓰는 궤산정의 이름에는 “아홉길 높이의 산을 쌓는데 흙 한 삼태기가 모자라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교훈적인 뜻이 담겨 있다.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90% 이상을 달성해 놓고도 끝마무리를 잘못해 망치고 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궤산정은 그런 경우를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국보급이나 보물급의 유명 문화재만이 보존해야 할 유산이 아니다. 그런 유산 못지않게 궤산정처럼 선조들의 삶이 담겨 있고, 후세에 정신적 교육이 될 수 있는 유산이라면 마땅히 잘 보존해서 길이 물려주어야 한다. 수락산 입구의 궤산정은 한 예에 불과할 것이다. 전국의 오지 곳곳에서 작지만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시름없이 무너지고 사라지고 있다. 행정당국과 지역주민의 정성어린 배려가 아쉽다.

국정넷포터 이기옥 (artcd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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