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정성 부족할까 항상 긴장 (경기일보)
...사무국 2009-10-01 1312  
  차례상 정성 부족할까 항상 긴장”
서계 박세당 선생 12대 종부 김인순씨
[경기일보 2009-10-1]


“종부(宗婦)라서 힘들겠다구요? 힘든 것보다 우리 전통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더 큽니다.”
30일 오후 1시께 의정부시 장암동 반남박씨 서계공파 박세당 종가 누마루 앞.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종부 김인순씨(61)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놋제기를 닦고 있었다.
김씨는 “미리 추석 장을 보긴 했는데 좀 부족한 것 같다”며 “내일은 녹두랑 떡쌀도 불려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정말 할 일이 태산같다”고 걱정하면서도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조선 중기 실학자이자 사상가인 서계 박세당의 12대 종손 박용우씨(63)의 아내이자 종가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매년 13차례씩 치르는 제사 음식을 손수 마련해야 직성이 풀리고 종택건물은 물론 부지까지 42만9천여㎡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27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시이모의 소개로 만난 남편 박씨와 ‘궁합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5개월 만에 결혼을 한 김씨는 당시만 해도 ‘서계 박세당 선생이 누구인지’, ‘종가·종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신출내기 새댁이었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종중 사람들과 방문객들을 통해 ‘귀동냥’으로 들은 정보와 직접 문서를 찾아가며 공부한 끝에 이제는 반남박씨 가계도를 줄줄 외울 정도로 집안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다.
김씨가 남편, 두 아들과 살고 있는 이 종택은 서계 선생(박세당)이 1668년 벼슬을 버리고 칩거하며 학문 연마와 후진 양성을 했던 곳으로 사랑채가 경기도 문화재 제93호로 지정되기도 한 고택이다.
김씨는 “시집 온지 30년. 이제는 익숙해 질때도 됐는데 제사 음식 준비를 할때면 혹시라도 정성이 부족할까 언제나 긴장이 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또 “우리 집안 차례상이나 제사상에는 특이하게 잡채가 올라간다”며 “처음 시집와서 제사상에 올릴 생선을 잘못 찌고 종친 어른들께 드릴 국수를 잘못 삶아서 시어머니께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며 잠시 지난날을 회상했다.
종부의 삶에 자긍심을 가진 김씨지만 결혼정년기인 큰아들(29)의 혼사 문제가 나오면 걱정이 앞선다. 요즘 젊은이들이 까다로운 절차의 제사 모시기를 꺼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복잡한 종가 살림으로 골머리를 앓다가도 ‘종택을 잘 관리해 줘서 고맙다’는 종중어른들과 외지인의 칭찬 한마디에 ‘힘이 난다’는 그녀는 “아무리 잘 지은 종택이라도 사람이 살아야 빛이 나는 것”이라며 추석 준비를 서둘렀다.
/최모란기자 moran@kgib.co.kr